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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정인선 “'내 뒤에 테리우스'로 캐릭터를 디자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기사입력2018-1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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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단계부터 ‘소지섭’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상대 배우가 누구냐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그래서 물망에 오르는 배우가 있을 때 마다 ‘이 캐스팅 반댈세! 찬성일세!’ 의견도 분분했던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가 2018년도 MBC 미니시리즈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호평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중에는 소지섭과 케미를 살리며 웃음과 긴장과 공감을 한번에 사로잡은 여주인공 정인선의 역할도 꽤 큰 지분을 차지한다. 아직 28살에 불과한 나이지만 쌍둥이 유치원생을 둔 엄마 연기뿐 아니라 마음 한 켠에 아픔이 있는 싱글맘의 연기까지 능숙하게 해 내는 괴물 같은 배우, 정인선을 만났다.


Q. ‘내 뒤에 테리우스’가 끝났다. 며칠이 지났는데, 요 며칠 어떻게 보내셨나? 종영 소감은?

A. 작품이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고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많은 칭찬에 과분하다고 느끼고 있다. 2018년도에 좋은 작품을 두 작품이나 만났고 두 번 다 큰 사랑을 받아서 제가 몇 년치 운을 한번에 끌어 쓴 것 같다. 올해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자세도 다시 리뉴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칭찬을 많이 들으니까 욕심도 많이 나더라. 지금까지 저는 큰 욕심을 경계하는 타입이고 무소유가 중요하다는 주의였다. 그런데 이번에 제 마음 속에도 욕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욕심을 어떻게 컨트롤 할 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Q. 첫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호평의 연속이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이렇게 큰 작품에서, 게다가 큰 역할로 참여한 건 제 인생에서도 처음이었다. 걱정보다 압박감, 부담감이 있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소지섭 선배와의 연기도 그렇고 모든 것에서 부담이었다. 다만 전작에서 아기 엄마 역할을 했었기에 제가 엄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덜 할거라는 안심은 있었다. 저 스스로는 이번에 크게 한번 깨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많이 깎아 내린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호평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믿기지 않더라. 첫 방송 이후에 시청자분들의 칭찬을 받고 나니 약간 허락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제 역할이나 제 연기에 대해 더 불안해 하지 않고 16부작을 쭉 달려도 된다는 안심이 생기더라.

Q. 첫 방송의 호평이 16부작을 버티는 큰 힘이 되었나 보다.
A. 이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첫 번째 목표가 바로 저를 선택하신 분들이 피해보지 않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목표가 첫 방송 하자마자 이뤄지고 나니 자꾸 저 자신에게 기대하게 되고, 욕심도 내게 되더라. 더 잘하고 싶고,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한 번 더 ‘고애린’의 삶을 들여야 보게 되고, 작가님의 글도 더 읽게 되고, 감독님과 감정선도 더 많이 상의하게 되고,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도 더 많이 고민하고 맞춰보게 되었다.



Q. 소지섭이 먼저 캐스팅 되었던 걸 알았을 텐데 처음 상대역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은 어땠나?

A. 굉장히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저 조차도 납득이 안되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촬영하는 5개월 내내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소지섭의 상대역이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상대역으로 선택되었나?’에 대한 이유를 확대 해석하려고 애 썼다. (웃음) 그냥 정인선이라면 소지섭 옆에 있기 힘들었을 텐데 ‘고애린’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고, 그래서 미련 없이 ‘고애린’의 삶으로 푹 들어가려고 했다.

Q. 아이 엄마 역할을 너무 능청스럽게 잘 해서 놀랐다. 배우의 실제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연기더라. 어떻게 준비 했길래 그런 연기가 가능했나?
A. 아역 배우들의 도움이 컸다. 소통이 가능해서 서로 적응하기 수월했고, 그 친구들이 워낙 연기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해줘서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더 좋아 보였던 거 같다. ‘고애린’의 경우 이미 6년의 결혼생활을 거친 프로 엄마이자, 아내이고, 그러면서 경력이 단절된 것에 대한 속앓이가 쌓여 있으면서 남편도 잃게 되는 인물이라 차원이 다른 농도를 보여드려야 했다. 큰 과제였고, 제 상상만으로 표현해 내기엔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살아보지 않는 것에 더해 상상 하기 힘든 면이 많아서 몸으로 뛰면서 캐릭터를 준비했었다. 일부터 차 마시러 가더라도 키즈 카페를 가서 건너 테이블의 엄마들의 대화도 엿듣고, 결혼한 친구네 찾아가서 아이들과도 놀아 보기도 했다. 또 김여진 선배님의 동네에 가서 선배님의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도 쫓아가 보고, 동네 분들을 소개 받아서 다과도 나누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이런 경험들이 생각보다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경력단절 연기에 대한 고민은 사실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주변의 분들께 이야기 듣기도 했지만 인터넷에 자신의 속 앓이를 꺼내는 분들이 많았고, 그분 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현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본의 제 대사 옆에 그 상황에 대한 저의 속마음 대사를 쓰고, 그 마음을 같이 보면서 대사 연습을 했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Q. 아역배우 출신으로 두 명의 아역 배우와 함께 연기 했는데, 혹시 선배 연기자로서 연기 지도도 해 주었나?
A. 에이~ 무슨… 굉장히 똑똑하고 야무진 친구들이다. 저희 방송을 보고 하시는 말씀들 중 “이 친구들 연기 같지 않아~ 자연스럽게 편하게 하는 것 같다”는 말이 정말 듣기 좋았고, 사실이었다. 예전에 제가 아역으로 연기할 때만 해도 그때는 아역배우가 딱 여기서 멈춰 서야 하고 이 타이밍에 웃어야 하고~ 같이 뭔가 압박감 속에서 하는 환경이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더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환경을 현장에서 조성을 해 주시더라.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서 일수도 있지만 감독님조차도 아이들을 잘 이끌어 주셨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 마음 놓고 친숙하게 엄마처럼 다가가게 되더라.

Q. 극 중에서 KIS의 멤버들과의 케미도 ‘내 뒤에 테리우스’의 인기 견인을 한 주요 요소로 빼놓을 수 없다. 김여진, 정시아, 강기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A. KIS 멤버가 드라마에서 유쾌파트를 담당하는 건 모두가 알고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케미가 좋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 강기영이 스타트를 잘 끊어 주었다. 저는 어느 정도까지 유쾌해도 되는지 감이 잘 안 와서 갈팡질팡 했었는데 강기영이 용감하게 코미디 템포를 확 끌고 가 주셨고, 김여진 선배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다크호스로 정시아가 활약하면서 애드립도 편하게 나오고 더 큰 재미를 안겨드릴 수 있게 되었다. 강기영은 웃길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촬영을 하는데 정시아는 정말 즉각적인 애드립이 갑작스럽게 튀어 나와서 아무도 감당할 수 없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현실 웃음이 터진 장면이 방송에 나오더라.


Q. 많은 20대 여배우들이 아이엄마 역할을 잘 안 하려고 하던데 정인선은 특이하게 2018년에 했던 두 작품 모두 엄마 역할이었다.
A. 아이 엄마라는 역할이 부담 가질 요소로 다가오지 않았다. 관점의 차이일 수 있는데, 아직 제게 주어진 연기 인생은 너무 길다. 지금 엄마를 연기하는 게 손해 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매력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건 가리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올해 들어 엄마 역할을 했다고 기억하기 보다 사랑스러운 역할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예쁜 역할을 맡기 시작한지가 얼마 안 됐다. 전 작품의 감독님이 저에게 사랑스러운 걸 해도 잘 어울린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스스로는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엄마 역할을 하면서도 그런 칭찬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제가 이 작품의 수혜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공감한다. 이제는 제 이름 앞에 폭풍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보이지 않더라. 성인 연기자로 눈도장 제대로 찍었고, 잘 안착했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다양한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는 배우이고 싶다.


Q.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가?

A. 제가 ‘으라차차 와이키키’때 직업이 없는 역할이어서 종영 후 직업이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무려 6개의 직업을 갖게 되는 역할을 하게 됐다. 말이 씨가 된다는 걸 알게 되어서 다음 작품에 대한 답이 더 고민되더라. 전작과 반대되는 에너지를 가진 역할을 고민하게도 되는데, 그것 보다는 지금의 에너지를 잘 표출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제가 잘 하는 걸 더 잘 보여드리고, 더 좋아해 주실 수 있게 해보고 싶다.

Q. 이제 곧 연말 시상식이다. 뭔가 기대를 해 볼만한 상황인데 어떠신가?
A. 당연히 기대된다. 올해의 마지막 행사에서까지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제 생애 시상식은 올해가 처음이라 많이 기대되고 벌써부터 떨린다. 드레스 입고 걸어가는 제 모습도 상상이 안 되지만… 저희 작품이 좋은 상을 받으면 좋겠다.

Q. 베스트 커플상 수상을 기대하시나?
A. 아유~ 무슨. 커플상은 제가 받을 게 아니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소지섭과 준준이들의 케미도 너무 좋았고, 또 소지섭과 손호준의 케미도 좋았었다. 유머 코드 빵빵 터트려 주신 KIS멤버들도 케미가 좋았었고….

Q. 이 작품을 통해 새로 얻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 역할에 정인선 아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안가”라는 이야기를 이 작품에서 처음 들었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 매 작품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배우이고 싶다. 이번 작품을 통해 캐릭터는 처음부터 뭔가 딱 만들어 내야 하는 게 아니라 작품의 흐름에 따라 디자인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건가라는 생각도 들어서 스스로 뿌듯했다. 처음의 애린, 중간의 애린, 끝의 애린을 입체적으로 다르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나름 준비한 건 잘 보여드린 것 같다.

Q.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여행 계획이 한창이다. 저는 작품 사이에 언제나 텀이 있었다. 이 시기에 생각 정리를 잘 하고, 조바심이나 칭찬에 달아오른 상태로 작품을 택하지 않게, 좋은 타이밍에 좋은 캐릭터가 찾아 오지 않을까를 기다리려고 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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